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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어딜 가도 든든한 노경은, 9년 만의 10승이 보인다

화려하게 부활한 노경은(38·SSG 랜더스)이 9년 만의 10승 달성을 눈앞에 뒀다. 노경은은 지난 6일 인천 삼성 라이온즈전 연장 10회 초 구원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갔다. 그는 앞선 2경기에서도 던졌기 때문에 3경기 연속 투구였다. 이날 경기 전 김원형 SSG 감독은 "본인은 3연투가 된다고 하겠지만, 안 시키겠다. 경은이는 뭐든지 (먼저) 하겠다고 이야기한다"고 말한 바 있다. 감독의 말보다 노경은의 의지가 더 강했다. 그는 3연투 경기에서 2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SSG가 연장 11회 끝에 승리해 노경은이 시즌 9승을 달성했다. 김원형 감독도 "자원 등판해준 노경은이 너무 고맙다"고 감사를 전했다. 노경은이 9승을 거둔 건 2018년 롯데 자이언츠 시절 이후 4년 만이다. 10승을 기록한다면 두산 베어스 시절인 지난 2013년(10승 10패) 이후 9년 만의 두 자릿수 승수를 쌓게 된다. 풀타임 선발로서 10승은 아니지만, 충분히 특별하다. 지난 시즌 롯데에서 웨이버 공시됐던 그는 입단 테스트를 거쳐 SSG에 합류했다. 지난해 평균자책점이 7.35. 큰 기대를 받은 자원은 아니었지만, 전반기 선발 공백을 채워야 했던 SSG는 그에게 연봉 1억원을 주고 데려왔다. '복권'을 긁는 심정이었다. 노경은도 스프링캠프에서 "구체적인 목표는 없다. 기회가 온다면 최대한 많이 던지고 싶다"고 소박한 목표만 밝혔다. 노경은이 보여준 결과물은 절대 소박하지 않았다. 9일 기준으로 그는 16경기 52이닝 동안 평균자책점 2.60을 기록 중이다. 선발이 필요했던 시즌 초에는 하위 로테이션을 든든하게 지켰고, 숀 모리만도와 박종훈이 1군에 합류한 후반기에는 불펜으로 옮겨 철벽을 세웠다. 선발(40이닝 평균자책점 3.38)과 불펜(12이닝 평균자책점 0)에서 모두 호투했다. 언제 은퇴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 등판 일정이 불규칙해도 노경은은 상황에 따라 연투도 하고, 긴 이닝을 맡기도 한다. 디테일한 자기 관리 덕분이다. 노경은은 지난달 12일 인천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승리한 후 "등판 후 이틀 동안은 육류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한다. 등판에는 사흘 전 육류를 최소화하고, 마지막 이틀 동안은 채식만 한다. 채식 덕분에 몸이 바뀌는 것을 경험했다"고 전했다. 노경은 특유의 디테일은 3연투를 자처한 6일 경기에서도 빛났다. 노경은은 이날 투구 후 “3연투라고 체력적으로 힘들진 않았다. 그러나 직구 구위가 평소보다 떨어질 수 있어 변화구 위주로 던진 게 주효했다”고 전했다. 이날 노경은의 직구 스피드는 최고 시속 145㎞로 꽤 빨랐다. 그런데도 직구 구사율이 16%(스탯티즈 기준)에 불과했다. 올 시즌 직구 평균 구사율(27.4%)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대신 최저 시속 109㎞ 너클볼 2개를 섞는 등 다양한 레퍼토리로 삼성 타선을 제압했다. 그는 데뷔 첫 정규시즌 우승에도 다가서고 있다. SSG는 67승 3무 30패(승률 0.691)로 2위 LG 트윈스를 8경기 차로 따돌리며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노경은은 "(6일 경기에서도) 왠지 질 것 같지 않았다. 올 시즌 팀이 루징 시리즈(3연전 중 2패 이상)를 했던 적이 많지 않았다. 오늘 승리해서 위닝 시리즈(3경기 중 2승 이상) 기회를 살려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동점이 됐을 때 버티기만 하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2.08.08 16:15
야구

38세 최고령 선발 투수가 생존하는 법. 5.8%의 너클볼

롯데의 개막 로테이션에 노경은(37)의 이름은 없다. 허문회 롯데 감독은 치열한 토종 선발 투수 경쟁에서 박세웅과 이승헌, 김진욱을 낙점했다. "노경은과 김진욱을 5선발 후보로 놓고 고민했는데, 시범경기 때 김진욱의 구위가 더 좋았다"라고 선택 배경을 밝혔다. 다만 이승헌과 김진욱 등 신예 투수는 경험이 적다. 선발진에 돌발 변수가 발생하면 로테이션 합류 1순위는 노경은이다. 그는 현재 10개 구단에서 선발 경쟁을 펼치는 가장 베테랑 투수다. 최근 리그 전반적으로 젊은 투수가 급성장하면서, 30대 후반 베테랑 투수는 점점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노경은도 "롯데 선발진이 많이 좋아졌다. 롯데의 미래 영건이 많이 등장했다"라며 "하루하루 경쟁과 긴장 속에서 살고 있다"라고 했다. 베테랑 선발 투수의 생존법, 연구와 노력이다. 그 가운데 한 가지가 너클볼이다. 노경은은 "너클볼을 던질 수 있어 심리적으로 편안하다"라고 한다. 너클볼은 공이 거의 회전하지 않아 홈플레이트 앞에서 예측 불가능하게 움직인다. 타자는 방망이에 공을 맞히기 어렵고, 포수는 공을 잡는 것조차 쉽지 않다. 투수도 마찬가지다. 공을 던지기 까다롭고, 구종 습득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 실제 던지는 투수가 많지 않다. 노경은도 30대 중반에 접어들어 손에 익혔다. 그는 "체인지업의 한 종류로 생각하고 던진다. 직구와 40㎞(2020년 기준 직구 141㎞, 너클볼 107㎞)의 구속 차이를 이용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팀 포수에게 '내 너클볼은 R.A 디키나 팀 웨이크필드처럼 회전이 없거나, 무브먼트가 심하지 않다'라고 한다"라고 했다. 선발 투수로 133이닝을 던진 지난해 노경은의 너클볼 구사율은 전체 구종의 5.8%(스탯티즈 기준) 정도였다. 2스트라이크 이후에는 13.4%. 주로 여유 있는 상황에서 '보여주는 공'으로 던졌다. 공은 느리지만, 그에게는 가장 효과적인 구종이었다. 지난해 전체 구종 중 너클볼 피안타율이 0.179로 가장 낮았다. 시즌 피안타율(0.267)보다 훨씬 좋았다. 올 시즌 너클볼의 구사율을 더 높이려고 한다. 그는 "예전에는 결정적인 상황에서 변화구나 결정구를 던져 맞곤 했다. 하지만 지난해 2스트라이크 이후 상대 타자가 너클볼에 헛스윙이 아닌, 지켜보다가 삼진을 당하는 경우가 많았다"라며 "올해는 1스트라이크 이후 등 여유 있는 상황이 아니더라도 적극적으로 던질 계획이다. 너클볼 컨트롤도 지난해보다 향상됐다. 자신감도 붙었다"라고 했다. 이어 "처음에는 스트라이크존 근처에만 던지자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강타자를 상대로도 던지겠다"라고 다짐했다. 30대 후반에 접어든 나이와 환경에 순응하며 기존에 던진 구종도 '어떻게 하면 더 효과적일까' 고민한다. 그는 "더는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가 아니다. 결국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노력해야 한다. 슬라이더도 좌우로, 커브도 다양한 포인트로 던진다. 최종 목표는 자유자재로 컨트롤이 이뤄지는 것"이라고 한다. 젊은 신예 투수와 끊임없이 펼쳐지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는 '변화'를 멈추지 않는다. 노경은은 "20대 초중반에 시간을 아쉽게 흘러보냈다. 야구 인생을 돌이켜보면 앞으로 야구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더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1차 경쟁에서 탈락한 그는 후배들을 가능성을 높게 점친다. 자신을 제외한 네 명을 두고 "어벤져스"라고 표현했다. 노경은은 "이승헌은 하드웨워(196㎝·97㎏)가 뛰어나고, 150㎞에 육박하는 서클 체인지업이 좋다. 아마도 제2의 염종석 선배가 되지 않을까 싶다"라고 점쳤다. 이어 "박세웅은 최동원의 선배 등의 '안경 에이스' 계보를 잇지 않나"라며 "서준원은 사이드암 투수가 놀랍게도 150㎞ 공을 던진다. 롯데 선발진이 다양성을 통해 점점 갖춰가는구나 싶다"라고 덧붙였다. 신인 김진욱에 대해선 "팔 각도가 높아 양현종(텍사스)과 비슷해 보인다. 성장할 자질이 엿보인다"라고 예상했다. 노경은도 포기하지 않고 도전한다. 그는 "41~42세까지 계속 선수로 뛰고 싶다. 그러려면 잘해야 한다. 10승-150이닝이 목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형석 기자 2021.04.08 06:01
야구

피어밴드의 너클볼, 타자의 스윙을 이끌어낸다

kt 투수 라이언 피어밴드(32)는 인상적인 KBO 리그 세 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다.평균자책점 1위(1.41)에 선발 등판 평균 7.3이닝 투구로 이 부문도 전체 1위다. 가장 많은 이닝을 가장 효과적으로 소화하고 있는 투수가 피어밴드다. 올 시즌 그의 활약을 설명하는 데 너클볼을 빼놓을 수 없다.지난해 1%에도 미치치 않던 너클볼 구사율이 올 시즌엔 25%를 넘는다. 그의 손을 떠난 4개의 공 중 1개가 너클볼인 셈이다. 직구 다음으로 많이 던지는 구종이다. 특히 투 스트라이크 이후 너클볼 구사율이 40%가 넘는다. '결정구'인 셈이다.너클볼은 공의 회전이 적다. 그래서 홈 플레이트 부근에서 불규칙적으로 떨어지거나 휘어진다. 포수조차 낙구 지점을 알 수 없을 정도로 흔들린다. 제구가 어렵고, 만족할 만한 변화를 주기도 쉽지 않다. 그런데 피어밴드는 너클볼 제구에 자신이 있다. '자신의 너클볼의 매력을 꼽아 달라'고 요청하자 그는 "내 너클볼은 제구가 된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기록상으로 살펴봐도 피어밴드의 너클볼 제구력은 뛰어나다. 너클볼이 스트라이크존 안으로 들어간 비율이 50%대다. 타자들이 배트를 내지 않을 수 없다. 시속 140㎞대 빠른공을 본 타자의 눈에 평균 구속 120㎞대 너클볼은 잘 들어온다. 하지만 정타가 좀체 나오지 않는다. 올 시즌 피어밴드의 너클볼 피안타율은 0.154에 불과하다.피어밴드는 올 시즌부터 본격적으로 너클볼을 던진다. 포구가 쉽지 않은 너클볼을 포수 장성우가 잘 잡아 주고 있다. 장성우는 올 시즌 피어밴드가 등판한 7경기에서 모두 선발 마스크를 착용했다. 2013~2015년 롯데와 kt에서 크리스 옥스프링의 너클볼을 받아 본 경험도 있다. 장성우는 "옥스프링의 너클볼에 상대 타자들이 방망이를 돌리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피어밴드는 헛스윙이나 파울, 범타 등 상대 배트를 이끌어 낸다"고 말했다. 이어 "피어밴드는 너클볼 제구가 된다. 그래서 볼 배합을 하기에도 편하다"고 말했다. 양상문 LG 감독은 "너클볼을 결정적일 때 많이 사용하더라"고 했고, 김기태 KIA 감독은 "피어밴드의 너클볼이 컨트롤까지 돼 스트라이크로 들어온다"고 놀라워했다.투포수 모두 너클볼을 잘 활용한다. KBO 리그에서 너클볼을 주 무기로 삼는 투수는 피어밴드가 사실상 처음이다. 8이닝 2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한 지난 10일 광주 KIA전에서 삼진 10개를 잡았다. 삼진을 잡은 결정구는 너클볼 5개, 직구 4개, 체인지업 1개였다. 가장 느린 너클볼의 위력으로 타자들의 머릿속은 더 복잡해질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직구와 체인지업 등 다른 공의 효과도 덩달아 좋아졌다. 피어밴드는 올 시즌 7차례 등판에서 5승2패를 기록 중이다. 평균자책점뿐 아니라 이닝당출루허용률(WHIP)도 1위다. WAR(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은 2.81로 전체 투수와 야수를 통틀어 1위다. 그에게 '어떤 기록이 가장 마음에 드나'라고 물었다. 피어밴드는 "개인 성적은 관심 없다. 팀 성적이 우선이다"고 말했다. 피어밴드는 16일 사직 롯데전에 선발 등판한다. 이형석 기자 2017.05.16 06:00
야구

볼넷을 내주지 않는 너클볼 투수, kt 피어밴드

장정석 감독이 이끄는 넥센은 다음 달 19~20일 kt와 수원에서 3연전을 치른다. 상대 선발로 너클볼 투수 라이언 피어밴드가 등판하면 장 감독은 감회가 새로울지도 모른다. 그 자신이 한때 너클볼 투수를 꿈꿨기 때문이다. 4월 고척 3연전에선 피어밴드를 만나지 못했다.2002년 6월 현대 유니콘스 외야수 장정석은 KIA로 트레이드됐다. 시즌 뒤 장 감독은 마무리 훈련에 합류하지 않고 너클볼 투수로 변신을 꾀했다. 아마추어 시절 투수로 가끔 던지던 공이었다. 이듬해 스프링캠프에서도 갈고닦았다. 하지만 실패했다. 구위는 좋았다. '진짜' 너클볼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제구가 문제였다. 스프링캠프 연습 경기에서 1이닝 동안 볼넷 3개를 내준 적이 있다.제구는 너클볼 투수의 영원한 적이다. 너클볼은 회전이 적다. 그래서 공기저항의 영향으로 변화가 심하다. 투수는 그 대가로 제구력을 내놓아야 한다. 메이저리그에서 너클볼러로 최다승(318승)을 기록한 필 니크로는 역대 세 번째로 많은 볼넷을 내준 투수기도 하다. 이 점에서 피어밴드는 독특하다. 올 시즌 세 경기 25이닝 동안 볼넷이 하나도 없다. 몸 맞는 공은 하나 있다. 시즌 1호 완봉승을 거둔 9일 수원 삼성전에서 8회 이승엽에게 초구 볼 뒤 너클볼 2개를 던졌다. 세 번째 공이 이승엽의 몸에 맞았다. 올 시즌 피어밴드가 너클볼로 허용한 유일한 4사구 출루였다. '너클볼은 제구가 되지 않는다’는 상식을 뒤집었다.너클볼로도 볼넷을 주지 않는 방법이 있다. 스리 볼에서 너클볼을 던지지 않으면 된다. 하지만 피어밴드는 “볼카운트를 가리지 않고 너클볼을 던진다”고 말한다. 15일 잠실구장에서 피어밴드를 상대한 양상문 LG 감독도 “불리한 볼카운트에서도 너클볼을 던지더라”고 평했다. 이 경기에서 피어밴드는 9이닝 7피안타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결승타가 연장 10회초 터져 완봉승을 기록하진 못했다.통계 전문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피어밴드는 올 시즌 세 경기에서 283구를 던졌다. 이 중 너클볼은 62구로 전체의 21.9%였다. 그래서 피어밴드를 '너클볼 전문 투수'로 부를 수는 없다. 메이저리그에서 유일한 '너클볼 선발 투수'인 R. A. 디키는 지난해 전체 투구의 83.6%를 너클볼로 던졌다.하지만 KBO 리그에서 피어밴드 정도로 너클볼을 던졌던 투수도 없다. 2015년 한화에서 은퇴한 마일영은 실전에서 가끔 너클볼을 구사했다. 하지만 한 경기에 5~6개를 던지는 정도였다. 그는 "불리한 볼카운트에선 너클볼을 던지지 않았다"고 했다.외국인 투수 중에선 현대에서 뛰었던 미키 캘러웨이, LG·롯데·kt를 거친 크리스 옥스프링(현 롯데 코치)이 너클볼을 던졌다. 하지만 캘러웨이의 너클볼은 스플리터에 가까웠다. 그 자신은 '너클 포크'라고 했다. 옥스프링의 KBO 리그 마지막 시즌이었던 2015년 너클볼 구사율은 5.8%에 그쳤다. 2017년 피어밴드는 KBO 리그에서 가장 높은 빈도로 너클볼을 구사하는 투수다. '너클볼러' 피어밴드는 어떻게 볼넷의 함정에서 벗어났을까. 그의 너클볼은 스트라이크가 많다는 게 첫 번째 이유다. 피어밴드의 올 시즌 283구 가운데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은 공은 213개로 75.3%였다. 너클볼 62개 중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은 공은 62개. 비율로는 72.6%였다. 그는 너클볼을 스트라이크로 던지는 투수다. 스트라이크와 볼 비율은 제구력을 정확하게 평가하기 어렵다. 너클볼은 헛스윙과 범타를 유도하는 공이다.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오지 않는 공에 타자가 스윙을 하게끔 만드는 게 목적이다. 하지만 여기에서도 피어밴드는 제구력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올 시즌 전체 투구의 61.8%를 스트라이크존으로 던졌다. 너클볼은 59.7%로 큰 차이가 없다. 오히려 존을 벗어나는 유인구로는 슬라이더(47.1%)와 커브(36.4%)를 애용했다. 피어밴드는 스트라이크존 안으로 너클볼을 꽂을 수 있는 투수다.그런데, 그의 너클볼은 과연 너클볼일까. 회전이 적다는 점에서는 너클볼이 맞다. 피어밴드의 너클볼 분당 회전수는 500회 아래다. 하지만 왕년의 팀 웨이크필드처럼 춤추듯 날아오는 공은 아니다. 피어밴드의 너클볼 무브먼트는 잘 떨어지는 수직 슬라이더에 가깝다. 무브먼트가 불규칙하다는 점에선 투심패스트볼과 비슷하다. 투구궤적추적시스템인 '트랙맨'을 운영하는 애슬릿미디어의 신동윤 이사는 "체인지업과 스플리터 중간 정도의 공이 슬라이더 궤적으로 들어온다"고 분석했다.피어밴드의 너클볼은 전통적인 너클볼과 차이가 있다. 일단 빠르다. 올 시즌 피어밴드의 너클볼 평균 구속은 시속 121km로 측정됐다. 메이저리그 디키의 너클볼 구속과 비슷하다. 디키는 '빠른 너클볼'로 메이저리그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양 LG 감독은 피어밴드의 너클볼에 대해 "'마구'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종잡을 수 없는 궤적으로 들어오는 공은 아니라는 의미다. 그는 "변화가 심한 싱커에 가까운 공"이라고 피어밴드의 너클볼을 평했다. 피어밴드는 "올해 너클볼 외 다른 구종의 구위를 높이려 노력했다"고 했다. 하지만 스피드로는 지난해와 올해 큰 차이가 없다. 가장 큰 차이는 투구 패턴이다. 지난해 피어밴드는 직구와 슬라이더, 체인지업에 의존하는 투수였다. 올해는 직구 구사율을 대폭 낮췄다. 전체 투구의 50% 이상을 체인지업과 너클볼로 구사하고 있다. 체인지업은 좌타자 바깥으로 달아나며, 너클볼은 우타자 시각에서 휘어진다. 결국 올 시즌 초반 피어밴드의 성공은 '두 종류의 체인지업'을 던진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이 공이 높은 확률로 스크라이크존 안에 들어가고 있다. '너클볼러' 피어밴드를 상대로 볼넷을 기대하는 건 현명한 대응책이 아니다. 최민규 기자 2017.04.19 06:00
야구

WAR 10위 내 투수가 5명, 스트라이크존 확대 효과?

'투수들의 반란'은 일어날까.한국쉘석유주식회사(이하 한국쉘석유)는 2017년에도 KBO 리그 선수들을 대상으로 '힐릭스플레이어'를 매달 선정한다. 지난해 첫 시상을 시작한 '힐릭스플레이어'는 WAR(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을 기준으로 한다. 공격·수비·주루를 모두 평가하며, 야수와 투수에게 모두 적용할 수 있다. 많은 메이저리그 구단이 지표로 사용하고 있으며, 한국에선 (주)스탯티즈가 집계하고 있다.지난해 WAR 1위는 '최고 타자'로 꼽힌 삼성 최형우(7.96)였다. 2010년 류현진(9.20) 이후 6년 연속 타자들이 WAR 1위를 독식했다. 하지만 올해 스트라이크존 확대로 투수들에게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10일 현재 리그 평균자책점은 3.94다. 2008~2016년 9시즌 동안 리그 평균자책점이 3점대였던 시즌은 2008년밖에 없었다.지난달 31일 개막한 올해 프로야구에서 WAR 1위는 LG 오지환(0.880)이다. 하지만 kt 투수 라이언 피어밴드(0.819)가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다. 피어밴드는 16이닝을 던져 2승(1위) 무패에 평균자책점 0.56(2위)을 기록하고 있다. 탈삼진도 14개로 3위다.피어밴드는 올해로 세 시즌째 KBO 리그에서 뛰고 있다. '평균 이상' 선발투수였지만, 압도적인 에이스와는 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올 시즌은 다르다. 지난 9일 수원 삼성전에서는 6회까지 퍼펙트 행진을 펼치며 9이닝 4피안타 완봉승을 거뒀다. 올 시즌 KBO 리그 첫 완봉승이다.피어밴드는 올 시즌 변화를 줬다. 너클볼을 주 무기로 삼은 것이다. 지난해도 아주 가끔 던지긴 했지만, 올해는 본격적이다. 스탯티즈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너클볼 구사율은 0.3%였지만 올해는 21.4%다. 9일 삼성전 완봉승 때는 전체 투구의 21.4%를 너클볼로 구사했다. 너클볼은 제구가 어렵다. 넓어진 스트라이크존은 그래서 피어밴드에게 더 유리하다.WAR 상위 10명 가운데 투수는 피어밴드를 포함해 5명이다. LG의 강속구 투수 헨리 소사(0.720)가 4위, KIA의 외국인 투수 콤비 팻 딘(0.630)과 헥터 노에시(0.604)가 각각 8위와 9위에 올랐다. 유형은 다르다. 소사와 헥터는 강속구를 자랑하지만 딘과 피어밴드는 직구 평균구속이 시속 141~142km대다.10위 투수는 피어밴드의 kt 동료인 왼손 투수 정대현(0.603)이다. 내국인 투수로는 유일하게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두산 출신 정대현은 kt의 1군 첫 시즌인 2015년부터 수원구장을 홈으로 삼았다. 지난 두 시즌엔 9승21패로 부진했다. 하지만 올 시즌엔 2경기에서 모두 승리투수가 됐다. 평균자책점(0.00)은 단독 1위. 그럼에도 WAR 순위가 낮은 이유는 11이닝 소화에 그쳤기 때문이다. WAR은 투수가 얼마나 잘 던졌나 외에 얼마나 많은 이닝을 책임졌나도 평가하는 지표다.'힐릭스플레이어' 수상자에게는 부상 100만원이 주어진다안희수 기자 2017.04.11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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